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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2016년 해외 선진협동조합 탐방 (결산)

by 장복산1 2016. 11. 10.

스웨덴과 네덜란드를 6박 8일간 여행하면서 과연 나는 무엇을 보고 느끼며 배웠는지 하는 생각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사실은 이번 해외 선진 협동조합 탐방에 참여하는 문제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겨울 신상품이 입고되는 시점이 여행일정과 겹치는 문제도 있었고 조합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사장이 장기간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문제때문에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사님들 동의를 받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하고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조합원들은 자신이 조합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어떻게 생각을 공유하고 조합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느냐 하는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노치고 있다는 생각이 지금도 나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과연 서구의 선진협동조합들은 어떻게 조합원들이 자신이 조합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조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지 선진협동조합의 사례를 우리 조합에 도입하고 싶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좌충우돌하며 지난 3년간 협동조합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구입해서 읽기도 하고 심지어 지난 해에는 서울대학교경영대학원에서 진행하는 협동조합경영전문가과정에 입학해서 공부도 했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적 이론이나 역사적 배경들에서 지금 베비라협동조합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실제 사업자협동조합으로 출범한 베비라협동조합이 어떻게 협동조합과 사업을 연계하여 이익을 창출해서 조합과 조합원들이 공평하게 공유하느냐 하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를 서구의 선진협동조합에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베비라협동조합은 아직 조합의 이익이 우선인지 조합원들의 이익이 우선인지 하는 문제의 내재적 충돌이 상존하는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통일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서 제품을 공동으로 생산하거나 공동구매를 해서 공동으로 판매한다는 개념으로 협동조합의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협동조합을 통해서 진심으로 서로가 협동함으로 공생하는 사회적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피할 수 없는 협동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FloraHolland 알스미어 경매협동조합]

 

(1) 그들은 어떻게 경매협동조합을 시작했는가?

상인들의 농간으로 알스미어 화훼농가들이 생산한 꽃을 제값도 받지 못하고 판매조차 하지 못하는 절망적 상황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농민들은 판매가 어려운 꽃들을 카페에 있는 당구대위에 올려 놓고 자신들의 절망적인 현실을 한탄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합니다. 카페를 지나 가던 사람들이 당구대 위에 수북이 쌓인 꽃을 보고 관심을 표하자 "당신들이 주고 싶은 대로 가격을 책정해서 주고 꽃을 가지고 가면서 당구대를 한 번 땅!! 치고 가라" 고 한 것이 경매의 시초였고 경매협동조합의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2) 절망적 상황에서 기적같은 발상의 전환은 시작되었습니다.

판매자가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에서 구매자가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으로 발상을 전환할 수 있었던 계기는 화훼농가들의 절망적 상황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FloraHolland 알스미어 경매협동조합의 조합원들 누구도 자신이 조합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입니다. 네덜란드 화훼농가들은 화훼경매협동조합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강고한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3) 네덜란드 화훼농가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들의 전향을 협동조합에 납품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매에 나온 꽃들은 최하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경매사들이 담합해서 꽃의가격을 나추거나 할 수 없는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가령 1만원이 최하가격으로 책정된 장미가 100단 있는데 아무도 그 장미를 구매하지 않았다면 그 장미전량을 폐기시키고 장미가격은 네덜란드 플로리스트협회인 VBW가 전액을 농가에 물어준다고 하는군요. 꽃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꽃시장의 가격도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려는 시스템일 것 입니다. 

 

 

[Cacaobonorna 수제초콜릿협동조합]

 

(1) 우리는 너무 계산이 빠르다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수제초콜릿협동조합을 방문하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3시간 넘게 달려 스웨덴 린셰핑이라는 도시까지 갔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현지 가이드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주 쉬운 계산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700원짜리 제품을 사고 1,000원 짜리를 내면 거스름돈을 빨리 계산하지 못해서 돈통에서 100원짜리 10개를 꺼내 놓고 7개는 자기가 가지고 가고 3개를 내어 준다고 합니다. 

 

 

(2) 그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것들

나는 수제초콜릿협동조합을 안내하는 Martin Johansson 매니저의 표정에서, 공장 벽면에 걸려 있던 칠판에서 그들의 순수함을 읽었습니다. 조금은 수즙은듯 더듬더듬하면서 설명하는 매니저의 설명을 거들던 나이 많은 어느 조합원의 표정이나 뚱뚱한 여자조합원의 표정에서도 약삭빠르게 계산하고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계산이 빠른 것이 서로 조금은 양보하면서 협동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걸리돌이 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는 절대 손해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지금 우리가 하려는 협동조합의 정신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3) 원래 인간은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중심으로 판단하기 마련입니다.

베비라협동조합도 외형상으로는 완벽할 정도로 협동조합의 시스템을 구축했고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는 가끔 협동조합단체에서 강의요청을 하면 강의를 하면서 이런 내용을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까지 지난 3년 간 베비라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조합을 운영하면서 조합과 조합원이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을 제일의 목표로 해서 노력했고 지금은 충분히 서로 믿고 신뢰할 수준이라고 자랑합니다.

 

나는 사실상 외형적으로는 조합원들이 조합을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이사장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조합원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뛰어 넘는 수준의 믿음이나 신뢰는 아직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지금 당장은 자신이 조금 희생하더라도 우리가 협동함으로 얻을 수 있는 더 큰 장래의 가치에 대한 믿음은 아직 우리에게 없습니다. 이와 같은 벽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어느정도 규모의경제를 먼저 실현하는 문제나 종교적가치 이상의 믿음을 형성할 수 있는 진심과 정성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Coompanion Stockholms 협동조합지원기관]

 

(1) 내가 이번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참가신청서를 작성했던 이유

나는 이번 해외여수에 참여하기 위해서 이 글의 서두에 적었던 내용들을 구구절절히 적어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제출해서 심사를 받아 통과했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서구유럽을 방문하거나 여행하려면 나는 언제라도 돈만 준비하면 됩니다. 사실 나는 22년전 아내와 같이 한 달가까이 유럽여행을 하며 서구유럽의 문명을 체험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할 수 있는 여행에서 협동조합지원기관이나 협동조합을 방문하거나 단체의 현황을 브리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관광은 관광일 뿐입니다. 건문들이나 자연의 외형을 보고 느끼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번연수과정에서도 그런 느낌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배워야하는지 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Coompanion 홍보이사인 Anelte Dunkelberg 여사의 진지한 표정들에서 그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고 각급기관에서 협동조합을 교육하는 것 들도 어쩌면 서구유럽의 외형적 시스템만 복제해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서구유럽은 90%가 성공하며 생존하는데 우리는 90%가 실패하거나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

우리가 협동조합 기본법을 제정하고 선진국의 협동조합운영기법을 도입해서 교육하면서 사실은 그들이 하는 진정한 노력이나 내면에 흐르는 진심은 보지 못하고 마치 서구유럽을 관광하고 유럽문화의 모두를 체험하고 돌아 왔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속에 협동조합의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스웨덴은 1년에 600개 가량의 신생협동조합들이 설립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1년에 100여개의 협동조합들이 새로 설립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두 나라가 모두 새로 설립하는 협동조합의 90% 이상이 성공적으로 생존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새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숫자는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매년 새로 설립하는 협동조합의 90% 이상이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아예 사업을 시작조차하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지만 설립이 목적이 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협동조합 중간지원기관인 Coompanion 이 신생협동조합을 1년 넘게 컨설팅하면서 주의깊게 관찰한다는 사실도 우리나라 중간지원기관들과 다른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나는 이번 해외협동조합연수에서 배우고 터득한 선진협동조합의 지혜들을 어떻게 베비라협동조합에 접목하느냐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네덜란드 화훼농가들의 절망적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던 발상의 전환과 같이 베비라협동조합의 생존에 필요한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조합원들이 진심으로 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이 쉽지 않지만 그렇게 어렵고 먼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