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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대당제국의 탄생 리뷰

by 장복산1 2017. 1. 12.

새해가 되자마자 아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송파구에서 같이 사회적경제단체협의회 활동을 하는 공유선 대표께서 풍남동 퍼스트페이지에서 진행하는 "대당제국의 탄생" 저자이신 윤태옥 선생님을 초청해 책이야기를 나누는 번개모임에 나를 초청해 주었습니다. 새해에 새로운 꿈을 설게할 수 있는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마치 여행에 대한 색다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판을 마난 기분이었습니다. 

 

책의 저자이신 윤태옥선생은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하다가 2006년부터 중국 여행객 겸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하는 군요.

 

윤선생님은 그 동안 《중국 학교》(공저), 《길 위에서 읽는 중국현대사 대장정》,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중국식객》, 《개혁 군주 조조 난세의 능신 제갈량》 등 이미 많은 책들을 출판하신 중견작가였습니다.

 

나는 윤선생님을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같은 자리에서 이미 한 번 만나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인연이 있어 꽁지머리스타일에 덥수룩한 수염으로 치장한 그의 독특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 윤선생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만나는 번개모임이라고 하더니 꼼꼼한 공유선 대표가 프리젠테이션과 막걸리에 안주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했군요. 원래 여행에 대한 무용담같은 이야기를 할 때는 이렇게 막걸리라도 한 잔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이야기가 풍부해지기 마련입니다. 참 기대되는 밤이었습니다.

 

 

 

대당제국의 탄생은 중국역사에서 흉노에 이어 등장한 북방민족인 선비족이 다싱안링 산맥 알선동에서 시작해서 후룬베이얼 초원을 거쳐 낙양과 장안까지 내려와서 중원을 제패하고 당나라가 탄생하기 까지의 여정을 윤태옥 선생 일행이 따라 가면서 기록한 여행기였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푸른초원을 보고 감탄하며 인증사진이나 촬영하는 그런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사실들을 쫒아 하나하나 되집으며 확인하고 기록하는 역사기행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있던 여행의 개념과는 전혀다른 여행같았습니다.

 

나는 처음에는 어떻게 저런 여행이 가능할지 궁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33일 동안 9,300Km를 누비며 비석하나 표지석 하나를 찾아 허허벌판을 헤매는 여행이 저렇게 즐거운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와 인접한 중국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나같은 무뢰한들은 초등학교 역사시간에 배운 이야기인 수나라, 당나라 이야기정도나 어렴프시 기억할 뿐입니다. 역사의 현장에서 느끼고 흥분하던 감정이 그대로 묻어있는 윤선생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흉노, 돌궐, 몽골, 거란, 여진족이라는 이름까지는 그다지 낫설지 않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원의 정복자 선비족 탁발부가 대당제국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마치 소설속의 주인공을 따라 가는 기분으로 대당제국시대를 연 탁발선비의 여정을 따라가며 막걸리잔이 오가는 속도만큼 점점 이야기톤이 높아지는 윤선생의 이야기속에 나도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탁발선비는 유라시아 대륙 동북부의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태동했으나 북중국에서 패권을 쟁취하고 결국 중원까지 장악했다고 합니다. 선비족은 다싱안링 산맥 알선동에서 시작하여 후룬베이얼 초원을 거쳐 서남진을 했으고 다싱알린산맥 동남으로 고구려가 세력을 장악하고 있던 역사의 모습들이 대충은 머리속에 그려지기도 합니다.

 

 

밤이 깊은줄 모르고 계속되는 이야기속에 파묻혀 있다가 따끈따근한 신간인 ""대당제국의 탄생"이라는 책에 저자인 윤태옥 선생의 사인까지 받아 들고 돌아 왔습니다. 책을 펴 들고 처음에는 이상한 중국식 발음들이 뒤섞인 지명이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이 햇갈리며 무슨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되고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감성이 묻어나는 미려한 필체에 이끌려 책장을 넘기게됩니다.

 

 

 

'도로변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수수는 잎사귀를 미색으로 가라앉힌 채 붉은 알갱이의 수수자루만 하늘로 내밀고 있었다. 길가에 널어 말리는 옥수수는 유난히도 밝은 노란색으로 초원을 채색했다. 초원은 파스텔 색조의 수채화가 되어 계절의 변화를 노래하고 있었다. 차창 밖의 초원은 아무리 바라봐도 질리지 않았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고, 초원이 위대한 것은 거대한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라지는 초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한 생각도 들게 한다. 개천이 흐르는 초원은 오리농장이 되기도 하고, 길게 늘어서 있는 송전탑은 어딘가를 향해 끝도 없이 달리고 있었다. 말이 먹는 풀들이 자라는 곳에 농사를 짓고, 말이 먹일 물에 오리를 풀어 키우고, 말이 달릴 곳에 철탑을 줄 맞춰 세웠으니, 탁발추인이나 징기스칸이 깨어난다면 초원이 개벽 중이냐고 비명을 지르지 않을지.' 하는 것 같은 대목에서는 마치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조차 잡아보고 싶은 작가의 심성이 묻어 나기도 합니다.

 

역사책도 아니고 기행문도 아닌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대당제국의 탄생"에 흠뻑 빠져들어 책을 읽으면서 어느세 나는 중국역사의 전체적 흐름과 맥락이 머리속에 그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끔은 여행객의 여행이야기와 탁발선비족의 여정을 따라가는 살아 있는 역사이야기가 뒤 섞이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소설같은 역사를 쫓으며 하나하나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하는 과정들은 책으로 만든 생생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위 사진은 남순비가 있었던 어사대 표지를 발견하고 걸음이 빨라진 역사학자 박한제 선생님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진실을 대변한 한 장의 사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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