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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인생행로(人生行路)의 뒤안길에서.(1)

by 장복산1 2017. 4. 29.

지난 3월에는 아내와 같이 제주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매일 다람쥐가 체바퀴를 도는 것 같이 반복되는 인생행로(人生行路)에서 시간을 잠시 멈추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내가 태어난지 벌써 71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깜짝놀랬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어 아들 딸들을 나아 기르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 온 세월도 4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 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냥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마음만 조급해지고 우왕좌왕하다가 하루해를 보내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어릴적 무더운 여름철이면 밤나무 밑에 있는 평상에 누워서 길고 지루하게 느끼던 시간들도 생각이 납니다. 겨울이면 양지바른 골목어귀에서 햇살을 쬐며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던 기나긴 시간들도 생각이 나는군요.

 

 

그러나 이제 70여년의 세월을 살고 나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느낌입니다. 우스게소리로 하는 이야기로 인생항로는 50세에는 시속 50km로 가고, 60세에는 시속 60km로 달리고, 70세에는 시속 70km라고 하더니 정말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주변에 있을 것 같던 사람들도 인생행로의 차창으로 잠시 스치며 지나 가는 것 같이 빠르게 지나 가고 있습니다. 내가 가는 것인지 주변이 나를 떠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오손도손 살아 가리려던 가족들도 이제는 모두 뿔뿔이 혜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도대체 가정은 우리의 인생항로에서 어떤 존재며 가족은 어떤 존재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 때가 많습니다. 아내와 만나서 부부의 연을 맺어 한 가정을 꾸리고 아들 하나에 딸이 둘이면 다섯 식구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인생항로는 아주 순항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어떤 풍랑을 만나거나 암초에 걸린사실도 없습니다. 순조롭게만 생각하던 항로가 지금은 다섯 식구가 모두 뿔뿔이 혜어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 생활들을 하면서 삶에 가치나 무개를 과연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서 일어 나는 현상들을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입니다. 그러나 원래 가족(家族)이란 한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을 가족이라고 하며 가족은 한 식구라고 합니다. 식구(食口)란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식구라고 하지요. 그러나 아내는 진해서 혼자 장사를 하고, 나는 서울와서 혼자 협동조합을 한다고 끙끙대고 있습니다. 큰 딸은 홍콩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아들은 아프리카에 주제원으로 나간지 몇 년이 지났습니다. 막내 딸은 안양에서 직장생활을 합니다. 우리가 가족인지 식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이렇게 식구들이 뿔뿔이 혜어저서 살아야 한다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슬픈 현실인지 모릅니다. 이제 언제 얼마나 우리 가족이 식구가 되어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10년만 더 지나면 내가 80세가 되는군요. 정확하게 10년 전에 우리 가족은 내가 60년 세상을 살았다는 환갑(還甲)을 맞아 푸켓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던 일이 있습니다. 모처럼 며칠간이라도 다섯 식구가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같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각자 바쁜 삶의 현장으로 돌아 가고 말았습니다. 이제 내가 10년을 더 산다고 계산해서 얼마나 긴 시간을 우리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같이하며 한 식구로 살아갈 수 있을지 계산이 되지 않습니다.

 

혼족이란?

 

혼자 밥을 먹거나 여가생활과 쇼핑을 즐기며, 여행도 홀로 떠나는 등 혼자 활동하는게 취미이거나 그런 성향이 강한 사람들을 일컫는 줄임말을 혼족이라고 한다고 하더군요. 그냥 이렇게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가생활을 즐기며 혼족으로 살아가야 할지, 아니면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은 우리의 인생항로를 서둘러 아내의 손이라도 잡고 같이 가야할지 하는 문제를 조용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끝 없는 인간의 욕심을 버리고 삶의 가치나 행복의 조건을 우리스스로 만들 수 없을까?

 

 

 

 

 

 

 

 

 

그냥 제주의 풍광에 빠저 이리 저리 차를 몰아 관광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 처가식구들과 같이 제주도 여행을 할 때는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오르지 않던 성산일출봉도 오르고, 한라산 중턱까지 등산도 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시험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언제 또 한라산을 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한라산 중턱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마지막 여행을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81.4세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평균수명인 80세를 인생행로로 계산해서 사람이 태어나 20년은 부모의 보살핌으로 세상을 살고, 성년이 된 20세부터 60세까지 40년을 온전한 자신의 삶으로 살아 갈지 모릅니다. 아무리 인생은 60부터라고 해도 60세가 넘은 노년기 20년 노후에는 보호를 받으며 살다 가야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인생행로의 길인지 모릅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용기나 기백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궁색하게 느껴지는 자신이 점점 초라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