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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by 장복산1 2018. 3. 10.

어쩌면 나는 평소 많은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평생을 독서를 해야하겠다는 생각만하며 독서에 대한 강박관념속에 세상을 살았는지 모릅니다. 항상 어떤 책이건 책을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 앞에는 바쁘다는 핑게들이 자리를 잡거나, 어쩌다 책을 손에 드는 순간에는 밀려오는 잠이 또 다른 핑게를 만들었습니다. 나에게 독서란 그냥 막연하게 느끼는 선망의 대상이었을 뿐 어떤 책임이나 의무가 없는 존재였습니다. 독서를 많이하는 사람들이 부럽지만 내가 꼭 독서를 해야 할 특별한 계기나 기회가 없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던 차에 송파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1st 페이지 공유선 대표 내외분의 초대를 받아서 독서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에도 한 번 게스트 자격으로 독서모임에 참석해서 "대당제국의 탄생"이라는 책의 저자이신 윤태옥 선생의 중국여행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감명깊게 책을 읽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식으로 독서모임에 참석을 요청하면서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 독립운동사" 라는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참석해서 서로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이번 달에 선정한 책의 저자가 지난 해에 내가 읽은 "대당제국의 탄생"의 저자인 윤태옥 선생이라니 더욱 친근감이 가더군요.


별로 망서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고 다음날부터 읽기시작해서 만 하루 반만에 278쪽을 모두 읽어 버렸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한 것 같이 사실은 나도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라고 하면 그냥 유관순 누나나 안중근의사가 전부인줄 알았습니다. 가끔은 이범석 장군이나 청산리전투 같은 이야기들도 들었던 기억이 나고 '암살'  '밀정' '덕혜옹주'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도 그냥 3,1운동이라는 독립운동의 한 줄기라는 생각정도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 독립운동사'의 저자이신 윤태옥 선생이 중국을 오가며 무려 2년 반에 걸친 열한 차레의 답사여행을 하면서 선조들이 조국의 독립을 갈망하며 목슴걸고 흘린 피와 땀으로 범벅된 자취를 찾아서 치열하게 행군하는 모습이 마치 조선의용군이 되살아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윤선생의 고집같은 답사기는 마치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상해의 임시정부청사도 가 보았고 광저우도 가 보았습니다. 만주벌판을 버스로 달리면서 느낀 느낌도 그냥 아마 옛날에 독립군들이 말을 타고 달렸다는 만주벌판이 이렇게 넓구나 하는 생각정도가 전부였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선양역(만주)까지 왔었다는 사실을 애써 증명하려고 인증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만족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가 상하이, 베이징을 시작으로 화남, 화중, 난징을 거쳐 타이항산지역과 만주일대를 순회하듯 다섯차례의 여행을 하고도 자신의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대목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부끄럽게 세상을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흔적조차 없는 흔적을 찾아서 중국땅 여기 저기를 헤매던 작가의 모습은 나를 점점 책에 빠저들게 합니다.


원래 사람은 어떤 일에 빠져들어 몰두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능력과 힘이 솥구치면서 상상하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을 나는 내가 살아온 경험에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능력이 아니라면 수십킬로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도착한 이국땅에 어떤 흔적도 없고, 냄새마저 맏을 수 없는 경우라면 얼마나 실망하고 맥이 풀릴지 모르지만 작가는 상상속에서도 흔적을 찾고 냄새를 맞는 순간 작가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는 책에 다 쓰지 못한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제미도 솔솔합니다.




가끔은 저자의 생각이 역사속에 불쑥불쑥 개입하는 장면들도 내게는 아주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 오는 대목들이었습니다. 마치 '민족주의를 사회주의로 대비해서 표현하는 용어에 문제는 없는가?' '과연 김일성은 소련에 의해서 조작된 인물이 맞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역사적현실에 접근하려는 작가의 노력들은 마치 독자들이 현장에 동행한 것 같은 느낌을 느끼도록 유인하는 마력으로 책에 빠저들게 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감성적 노래만 부른다고 통일은 오지 않는다. 진정한 자주독립은 부드러운 외면을 갖춘다고 해도 그 근간은 굳건한 다리가 땅을 강하게 딛는 강력한 자존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김구선생은 20대의 윤봉길의사에게 폭탄을 주었고, 안중근 의사도 30대에 중국 하얼빈에서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여 처단했는데 우리는 지금도 북한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김정은을 30대의 어린애로 취급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의 단초를 남북이 이견없이 공유할 수 있는 독립운동사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저자의 생각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참 너무도 무지하게 세상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생에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세상을 살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 번쯤은 스스로 삶의 길을 멈추고 뒤돌아 볼 여유가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책에 저자 사인도 받고, 작가가 무지무지 아낀다는 묵직한 돌에 전각(篆刻)한 '自主獨立' 이라는 빨간색 도장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던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도 이제는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박하게 나를 압박하는 밤이었습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만큼 넓고 다양한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오늘 독서모임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과도 좋은 인연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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