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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사회적경제생태계 조성사업과 협동조합

by 장복산1 2018. 3. 24.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입니다.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가 모토로 정기적으로 기술, 오락, 디자인 등과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하고 그 내용을 온라으로 공유합니다.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 각국 언어로 번역해서 제공하면서 영어공부에도 많은 도움이됩니다. 나도 산책할 때는 이어폰을 끼고 노래듣는 기분으로 즐겨듣는 프로그램입니다.


요즘은 켈러 리나도(Keller Rinaudo)가 강연한 내용인<"드론을 이용해 혈액을 배달하고 생명을 살리는 길" (How we're using drones to deliver blood and save lives)>이라는 강연을 핸드폰에 다운로드해서 이어폰을 꽂아서 아주 제미있게 들으면서 산책을 하기도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켈러 리나도는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선진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아프리카를 돕는 최선의 방법은 아프리카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원조나 도움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그는 로봇공학 기업가로서 오랜시간을 아프리카에서 지내면서 2014년에는 '집라인(Zipline)이라는 전자 자율운항 항공기를 이용해서 아프리카 르완다의 병원과 의료센터가 필요한 의약품을 배달하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How we're using drones to deliver blood and save lives" 바로가기--> https://goo.gl/MHRf3T


켈러 리나도가 최신기술인 자율운항 항공시스템 사업을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과 르안다의 보건부가 이 기술에 도박을 걸었다는 사실도 중요할지 모릅니다. 보존 기간이 매우 짧고 보관방법도 굉장히 까다로운 혈액을 르완다에서는 매년 6만에서 8만팩을 각 병원이나 의료센터에 분산보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르완다에서는 켈러 리나도가 설립한 무인항공이 혈액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혈액을 중앙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 수혈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면 20~30분내에 혈액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협동조합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서 엉뚱하게 아프리카의 혈액공급시스템을 운영하는 집라인 회사를 선전하는 것 같은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군요. 그러나 불과 몇주만에 옥수수밭을 밀고 국가 수혈센터를 지어서 배터리로 작동하는 장난감같은 소형 자동운항 비행기인 집(Zip)에 혈액을 싣고 0.5초안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여서 집(Zip)이 병원에 도착하면 고도를 약 9m까지 낮춘뒤 종이낙하산을 사용해서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물론 혈액이 도착하기 전에 해당병원의사에게 혈액이 도착한다는 사실을 메시지로 전달합니다.


켈러 리나도는 의료서비스 실행계획을 세울 때 항상 낭비와 접근성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환자가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한 의약품을 구하지 못할 때도 있고,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의약품을 가까운 거리에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게됩니다.


혈액을 중앙에서 집중관리하면 접근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각 병원이나 의료센터에 분산관리하면 환자가 약을 구하기는 쉽지만 의약품을 낭비하게 되면서 비용도 아주 많이 들게 됩니다. 르완다 정부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끝내는 방법으로 무인항공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집라인(Zipline)시스템을 도입해서 지난 9개월 동안에 병원에서 파기된 혈액은 하나도 없었다고합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협동조합의 기본원리를 읽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선진기술을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기적을 이룩한 것 같았습니다. 병원이나 의료센터의 점과 점들을 연결하는 매개로 집라인(Zipline)을 이용한다는 간단한 원리로 위급한 환자들에게 적시에 혈액을 공급하면서 단 한 팩의 혈액도 파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서로 약한 고리를 보완해서 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사실입니다.


켈러 리나도는 2000년에 아프리카 전역에 고품질의 무선통신망을 설치할 거라는 말을 했다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아프리카의 무선통신망이 얼마나 빠르게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캐냐 GDP의 44%가 모바일결제 프렛폼인 엠페사(M-pesa)를 거치고 있으며 집라인의 자동운항 항공기도 이 무선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아프리카에는 무선통신망을 매개로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었습니다. 혁신은 더 큰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원리지요.


사람들이 자주 놓치는 것은 이런 식의 도약은 종합적인 이득을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르완다는 건강간리를 위한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항공 공급망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농업이나 전자상거래 등 경제의 다른 부분까지 촉진하는 데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보다 중요한 점은 혈액 배급센터에서 고용한 직원들 전원이 현지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세계 유일의 자동운항 배달 시스템을 전국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훌륭한 아프리카의 기술자들이 세계의 가장 큰 과학기술기업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나는 이 강연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경제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과 아프리카에서 실험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집라인 시스템이 겹쳐서 오버랩되는 이상한 상상을 하고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켈러 리나도 가 운영하는 집라인의 목표는 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접근성을 지구상 70억 인구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켈러 리나도의 이야기를 듣고 "참 친절하네요. 박애주의가 넘칩니다." 하고 이야기하지만 천만에요!! 박애주의는 집라인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켈러 리나도는 "집라인(Zipline)은 각국 보건부와 사업계약이 있어야만 시스템을 100% 유지하며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애주의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이유는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인류역사상 수백만명을 빈곤에서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주장을 합니다. 마치 아프리카를 돕는 최선의 방법은 아프리카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원조나 도움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여기서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가 다시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시장경제시스템은 이제 상상할 수 없는 빈부격차라는 벽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대두 되고 있는 사회적경제라는 신조어는 사실상 시장경제의 질서를 무너트려야 가능한 발상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최근 끝이 보이지 않는 빈부격차의 한계점에 와서 사회적경제의 생태계조성이 필요하다는 사회적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부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을 지원하는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정부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의 생태계조성사업이 NGO나 정부의 영역이고 사기업이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가적 기질이 없이 혁신은 불가능합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정부가 진행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 지원사업은 마치 아프리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원조나 도움을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비교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사업자협동조합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조합에 인건비 등에 정부예산을 지원하는 시혜성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의 이익금에서 몇 %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강압적 박애주의의 조건도 따릅니다. 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자력으로 시스템을 100% 유지하며 규모를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자력으로 지속적인 사회적경제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단기적이고 시혜적인 자금의 지원이나 보조보다는 공공구매시장의 사업계약에 우선권을 보장하는 문제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겠지요. 어차피 국가예산을 사회적기업에 지원하는 문제도 이미 형평성의 문제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자력으로 시스템을 유지하게 되면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문제가 다를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