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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협동조합 정신과 형평성 시비

by 장복산1 2018. 4. 27.

인간은 왜 법을 만들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법이 필요한 경우나 이유는 무엇인지 그도 궁금했습니다. 법이 없는 세상은 천국일지 지옥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나는 요즘 서울 자유시민대학이 건국대학교와 연계해서 진행하는 <나만의 자서전 쓰기,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정진아 교수의 글쓰기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한글 맞춤법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한글 하나 쓰는데도 왜 이렇게 복잡한 법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실정법만 해도 공법과 사법, 시민법과 사회법, 실체법과 절차법, 사법법과 행정법, 민사법과 형사법, 국내법과 국제법, 강행법과 임의법 등으로 복잡하더군요.


법만 아니라 법을 시행하기 위한 시행규칙, 내규나 규정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규제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마치 저인망(底引網) 그물을 바다의 밑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까지 잡으려는 것같이 먹고 자고 숨을 쉬는 일 말고는 모두가 법으로 규정해서 통제하는 것 같은 세상입니다. 천부 인권 사상(天賦人權思想)은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남에게 침해받지 않을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고 합니다. 


법이나 규정을 만드는 이유는 이런 인간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법이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에게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으려면 자신도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가 공평하게 형평성을 유지하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내가 처음 협동조합을 공부할 때 <협동조합은 떡 자르기다.>는 강의를 들은 일이 있습니다. 갑돌이와 갑순이가 열심히 일해서 떡을 하나 벌었는데 어떻게 해야 서로 공평하게 떡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아무리 공평하게 나누어도 내 떡은 작아 보이고 남의 떡은 커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생각한 방법이었습니다. 우선 떡을 공평하게 자르는 일을 할 사람을 정합니다. 떡을 자른 다음에 떡을 선택할 권리는 떡을 자르지 않은 상대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법이었습니다. 떡을 자를 사람은 어느 한쪽을 크게 자르면 분명히 그 떡은 자기 차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는 가장 공평하게 떡을 자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떡을 먼저 선택한 사람은 자기가 선택한 떡이 크다고 생각할 것 입니다. 단지 떡을 자를 사람과 떡을 선택할 사람의 순서만 정하는 규정으로 공평성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규정을 만들게 됩니다.

 

 



나는 최근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강원 지역본부에서 개최한 소상공인협동조합 서울협업단 정기총회와 송파구 협동조합협의회 발기인대회에 참석했던 일이 있습니다. 두 단체 모두가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으며 협동조합의 협업화 문제나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을 목적으로 출발한 단체입니다. 그런데 참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인간이 필요해서 만든 돈 때문에 결국 인간이 돈의 노예가 된다거나 인간의 편리성을 위해서 만든 로봇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그냥 SF영화에서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속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협동조합은 자주 자립 협동 같은 문제들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협동조합들이 협업화 문제나 사회적 경제조직의 생태계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하며 이런저런 법과 규정을 만들어 통제하려고 하더군요. 자주 자립이라는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협업단은 예산을 지원하는 부처의 승인 없이는 정기총회도 자율적으로 개최하지 못하는 상황이더군요. 협동조합 협의회를 설립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산을 지원하는 단체에 모든 사업계획을 미리 승인받아야 하고 사업을 집행하고 사업비를 지출할 권한도 없다고 합니다. 자주나 자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서울협동조합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연합회 및 전략 분야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사업>은 아주 치밀하게 예산을 지원하고 집행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예산을 지원받아 집행하는 단체는 미리 센터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서 승인을 받고 집행해야 합니다. 행사를 집행하고 지출하는 모든 경비는 센터에서 직접 지출한다는 규정이었습니다. 국가 예산을 아주 공정하고 알뜰하게 집행하려는 의도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집행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신뢰가 무너지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예산을 배정하는 단체가 예산을 집행하는 단체를 믿을 수 없어 만든 강제규정이었습니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법이나 규정을 정밀하게 만들어도 언제나 법을 어기고 법망을 빠져나가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는 못된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또 다른 법이나 규정을 만드는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결국, 사람이 사는 세상을 온통 법이나 규제로 묶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건널목을 건널 때도 사람들은 신호등이 지시하는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법까지 만들었습니다. 결국은 인간이 만든 법에 인간이 지배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법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도 상식은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을 상식이라고 하더군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목적으로 하는 당사자조직인 협동조합 협의회를 설립하는 과정에 지원하는 예산집행 권한의 자율과 독립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 아닙니다. 식대나 다과비도 지출할 수 없다는 세세한 문제까지 규정을 만들어 개입하려는 것도 상식이 아닙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기준으로 협동조합 정신과 배치되는 형평성 시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사람들이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아래는 협동조합의 7대 원칙입니다.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4. 자율과 독립

5. 교육, 훈련 및 정보제공

6. 협동조합 간의 협동

7. 지역사회에 대한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