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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상식보다 하위 개념인 법(法)의 불편한 갑질

by 장복산1 2018. 7. 22.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을 갑(甲)-질이라고 합니다. 갑(甲)-질의 ~질은 특정 행동을 폄하해 일컫는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부정적인 어감이 강조된 신조어라고 하는군요. 원래 갑을(甲乙) 관계를 구분해서 표기하기 시작한 이유는 계약 권리상 쌍방을 의미하며 상호간에 대등한 권리주장에 관한 내용들을 명기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편의상 상대를 구분하는 '갑(甲)'과 '을(乙)' 로 표기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조금 우위에 있는 사람을 먼저 '갑(甲)'으로 표기하고 상대를 '을(乙)' 로 표기하면서 갑질문화가 형성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한항공의 조현민 물컵 갑질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온통 갑질문제로 떠들석하며 야단이 났습니다.


사실은 이정도 갑질은 당연한 것 같이 받아드리던 것이 우리의 갑질문화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사건이 대한민국 갑질논쟁에 불을 당기게 된 전조현상이 있었습니다. 바로 조현민의 언니인 조현아가 저지른 대한항공 086편 회항사건이 도화선이었을지 모릅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호텔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거칠게 행패를 부리는 현장을 기록한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한항공의 울트라갑질이 도마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모두가 교묘하게 법을 피해가면서 구속을 면하는 것을 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불편한 심기는 상식 없는 법의 또 다른 갑질같은 생각도 들었을 것입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법은 왜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더군요.         


그냥 무심코 "법 없이 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자기가 할 일만 열심히 하면서 세상을 사는 사람에게 법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똑 같이 생긴 일난성 쌍둥이라도 각기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각기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이와 같이 각기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각기 다른 판단을 하면서 세상을 살면서도 인간은 집단적생활을 하기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집단 구성원이 서로의 평화로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합의한 집단적 규칙이 생겨나고 그것이 점차 굳어져 법이 되었다고 합니다.


집단적규칙은 어떻게 정했을까? 규칙은 인간이 자연에서 배운 상식에 기초해서 출발했을지 모릅니다. 상식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같이 일반적인 사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을 상식(常識)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이치로 따지고 보면 상식은 자연에 종속되어 있고 법은 상식에 종속되어 있는 하위개념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무리가 이닐 것 같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상식에 어긋 나는 경우나 법을 이야기 할 때는  누구나 주저 없이 "그건 법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모든 법은 상식에 기초하기 때문이지요.


집단구성원이 서로의 평화로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합의한 집단적 규칙인 법이 이제는 인간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발전하면서 온갖 구실로 인간을 통제하고 구속하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국가를 통제하는 국제법을 시작으로 한 국가를 통제하는 헌법이 있고, 헌법 아래는 또 수 많은 하위법들을 정하고 각 법률을 기초해서 수 많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조례, 규정, 지침까지 일반적인 사람들이 도저히 알 수 없는 법률들이 사람들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들 같은 전문가들이나 아는 상식에도 없을 것 같은 법들이 온통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법의 법(法)자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는 최근에 협동조합 일을 하면서 상식보다 하위 개념이라고 생각했던 법이 상식으로 살아 가는 보통사람들에게 불편한 갑질을 하는 경우를 여러번 경험하면서 법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법도 아니고 조례도 아니었습니다. 단순하게 공직자들이 자기들의 편의상 업무지시를 하면서 지시한 지침이라는 생각이드는 문제들이 법으로 군림하며 불편한 갑질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보통 협동조합은 사람이 먼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국제 협동조합 연맹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7원칙의 내용도 주로 법이나 자본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제도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4, 자율과 독립 5, 교육, 훈련 및 정보제공 6, 협동조합 간의 협동 7,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의 입법취지를 담은 법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협동조합의 설립·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법위에 군림하는 것 같은 공직자들의 지침들이 불편한 갑질을 하는 것 같은 생각에서 하는 말입니다. 정부부처인 기제부와 행안부에서는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사회적경제의 생태계조성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기제부는 중기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서 행안부는 지자체를 통해 업무를 진행합니다. 


문제는 법이란 상식적인 수준에서 세상을 살지 못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방법으로 수치나 기준을 정하지만 항상 교묘한 방법으로 법이 정하는 기준을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면 길을 건너라는 문제까지 시시콜콜하게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법까지 정해 놓았습니다. 그래도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사람이 대학교수 시절에 100만원이 넘는 골프접대를 받았느니, 아니니 하면서 시끄운 일도 있습니다.


그러자니 돈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공직자들이 심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서울시에서는 협동조합지원센터를 통해서 서울시 각 구청별로 협동조합협의회를 구성하고 다시 서울시협동조합협의회를 만드는 일에 국가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기청에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서 협동조합협업단이라는 조직을 전국적으로 만드는 일에 역시 국가에산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사회적경제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인 것 갔습니다. 자본주의가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지독한 빈부격차로 한계를 느끼는 시점에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에 사회적경제생테계조성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이 마치 "벼룩 잡으려다가 초가삼칸을 태운다."는 속담을 연상하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취지로 진행하는 일에도 항상 교묘한 방법으로 법을 이용하려고 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주, 자립, 자치가 가장 큰 덕목인 협동조합협의회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 얼마간 국가 예산을 지원 받으려면 자주나 자치는 아예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조직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려고 해도 정부예산을 지원받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지침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자율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부서에 사전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워크숍을 진행하는 과정에 음주는 고사하고 식대나 음료수 대금을 지급하는 문제까지 시시콜콜하게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결산을 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문제도 예산을 지원하는 부서에서 직접 업체에 자금을 송금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합니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협동조합협의회를 눈꼽만큼도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 같이 들렸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중기청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협동조합협업단 설립과정도 판박이 같았습니다.


심지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식사자리에 혹시라도 술병이 놓여있는 장면이 사진에 찍할까 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목격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협동조합 협의회나 협업단을 설립하는 주체들이 자율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극히 피동적으로 공직자들의 눈치나 살피면서 적당주의로 정해진 일정이나 소화하는 문제들이 반복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예산은 있으나 예산을 집행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배정된 예산을 불용예산으로 반납하기도 어려운지 돈을 움켜쥐고 법도 아닌 지침을 가지고 이런 저런 상식 없는 불편한 갑질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