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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언택트 마케팅과 사회적 경제

by 장복산1 2019. 7. 18.

정두언 전의원은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고 하지만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나 노회찬  전 의원의 죽음도 쉽게 받아 드리기 어려웠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던 주변 환경이나 공간적 상황들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을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의 가치마저 상실해 가는 세상은 점점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 가며 사회공동체의 틀마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성미산마을 이야기

어제는 성공회대학교 유창복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어디서 여러번 들은 것 같은 성미산마을공동체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성미산마을이라는 이름에서 느끼는 선입견 때문인지 성미산마을은 마포의 어느 작은 산 언덕위에 뚝 떨어져 있는 취락지구 같은 작은 마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교수님이 슬라이드로 비추며 설명하는 사진들도 내가 상상하던 시골마을의 가난하지만 정겹게 살아가던 풍경들과 많이 겹치고 있었습니다.


성미산마을공동체가 탄생하던 과정을 설명하면서 주로 마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시골에서 여러 집이 한데 모여 사는 곳을 마을이라고 합니다. 집단주거시설인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처음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대면생활이 가능한 복도식 아파트였다는 기억이 떠 오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단 두 집만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웃이 이웃이 아니고 서로 단절된 생활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이유를 마을이 없어지면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미산마을공동체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마을의 기능을 복구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이 같이 모여 서로 의논하고 무엇을 만들어 내는 과정들이 참 흥미 있고 진지하게 들립니다. 나는 유창복 교수님이 설명하는 두레생협을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 과정에 가장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사회적경제 영역인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난 6년 동안 직접 현장을 뛰면서 가장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겠다는 욕망이 작용했는지 모릅니다. 두레생협은 되는데 왜 우리 조합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지 못하는지 참 궁금합니다. 그냥 지금 경기가 않 좋아서 그렇다는 핑계만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구니토론과 다중지성

나에게 집단지성이라는 용어는 익숙하지만, 다중지성이라는 용어는 생소한 용어였습니다. 사전에는 집단지성과 다중지성을 이렇게 구분하고 있더군요. "집단 지성(集團知性)은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여 쌓은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지성. 또는 그러한 집단적 능력. "다중 지성(多重知性)은 한두 명의 리더가 아닌 조직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나 능력에 의해 획득한 지식."이라고 구분합니다. 성미산마을 공동체의 다중지성은 한 두 명의 리더가 아닌 조직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나 능력에 의해 획득한 기적이며 이런 기적은 바로 바구니토론이 만들어 낸 기적일 것 같다는 나의 믿음에 점점 무개중심이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바구니토론이란 마치 바구니에 무엇을 담는 방식으로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들을 모아서 바구니에 담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들이 담긴 바구니를 뒤집어엎는 방식으로 모두 펼쳐 놓고 카데고리 별로 구분해서 정열하다 보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던 기막힌 아이디어들이 돌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미산마을은 두레생협을 만들고 마을극장도 만들고 마을학교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내가 더욱 놀란 것은 두레생협 연매출이 100억을 넘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무리 계산해도 계산이 되지 않습니다. 연매출 100억은 최소한 하루에 2,500만원을 팔아야 합니다.


                                     <성미산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작은마무 카페가 마을회관인 모양입니다.> 


다음 날 나는 작정 없이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리고 망원역 1번 출구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거기는 내가 상상하고 그리던 동내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서울시내의 한 평범한 거리였습니다. 이리 저리 두리번 거려며 아무리 찾아 봐도 성미산마을을 알리는 간판이나 안내 표지판도 없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를 휘집으며 한 참을 걸었습니다. 망원동우체국 사거리에서 다시 휴대폰을 열어 성미산 작은나무카페를 찾아 보았습니다. 바로 옆이라고 하는데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쩌다 길 건너 골목에 있는 좀 독특한 글씨체의 마을회관이라는 간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작은나무라는 카페이름도 보이더군요.


                                                      <성미산마을극장은 단독건물에 여러 단체들이 입주해 있었습니다.>


두레생협 연매출 100억의 비밀

그냥 혼자서 골목을 걸어서 성미산마을극장도 가보고 두레생협매장도 가 보았습니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기도 하고 마을회관인 작은나무카페 앞에서는 어디서 단체로 견학을 온 것 같은 아저씨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성미산마을극장 앞에서는 나하고 같은 처지였던지 어렵게 극장 간판을 찾았다는 반가움 때문인지 큰 소리로 일행을 손짓해 부르며 재촉하는 한 아주머니의 미소 띤 얼굴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두레생협 매장에 들어가서는 사진촬영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명함을 내밀며 어제 유창복 교수님 강의를 듣고 구경하러 왔다고 양해를 구하고 매장사진을 이리저리 촬영했습니다.



                                                         <두레생협 매장은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두레생협매장은 대체로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하루에 2,500만원 매출이라면 매장 안은 고객들로 붐빌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기우였습니다. 조금은 한산한 매장에 직주통합을 한 주부들 서너 명이 파트타임으로 매장을 지키며 카운터부근에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온라인에서 두레생협 매장이 하나가 아니라 성산점 : 3141-0518 | 용강점 : 715-0518 | 신내점 : 3423-0518 | 북가좌점 : 305-0518 | 망원점 : 333-0518 이 있고 온라인판매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매출 100억의 의문이 풀렸습니다. 온라인 판매는 두레생협 전국연합회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꼬물이 부엌도 보이는군요.


                                              <두레생협 매장 옆에는 꼬물이 부엌이 있더군요.>

                                              <그냥 평범한 동내 게시판이었습니다. 좌파양성소 같지는 않았습니다.>

언택트마케팅과 사회적 경제

성미산마을을 나 홀로 탐방하고 돌아 와서 인터넷을 뒤지며 공부를 더 했습니다. 성미산마을 공동체를 인터넷으로 조회하면서 참 재미있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월간조선 백승구 기자와 박종원 인턴기자가 2013년에 작성한 기사였습니다. ⊙ 성미산마을, 박원순 시장의 대표사업인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의 상징 ⊙ 성미산마을 일부 활동가는 국가보안법 위반자·전교조 출신 해임교사 등 ‘좌파 성향’ ⊙ 서울시로부터 올해 220억원 지원받아 ⊙ 박원순 시장, 2017년까지 3180명의 마을운동가 양성하겠다고 밝혀… “박 시장의 친위대” 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바라보던 시각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까지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같은 내용을 같이 보고 이렇게 서로 전혀 다른 내용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지금도 참 궁금합니다. 인터넷에서 "성미산마을공동체" 하고 조회하는 내용과 "성미산마을공동체 실체"하고 조회하는 내용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바라보고 표현하는 시각이 너무나 다르더군요. 누구를 싫어하면 지독하게 싫어하고, 누구를 미워하면 지독하게 미워하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세대가 바뀐 게 아니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허기 사 요즘은 언댁트마케팅(untact marketing)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급 부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택트 마케팅이란 사람 간의 접촉, 즉 콘택트(contact)를 배제한 무인서비스를 함축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이나 앱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됐지만 2017년에는 드럭스토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도 언택트 마케팅을 도입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군요.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이러한 추세가 보편화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키오스크를 이용한 메뉴 주문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가 만나는 세상에서 살게 된다는 현실이 우리 곁에 성큼 와 있다는 사실이 참 두렵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내버려 두세요." "그냥 놔두세요, 제가 볼게요." "혼자여도 괜찮아, 언택트 마케팅으로 하루 보내기!" 누구와 만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누구의 간섭도 거부하는 언택트마케팅시대에서 사회적경제가 가야할 길은 마을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문제가 더 시급한 과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오는 토요일은 송파협동조합협의회가 워크숍을 합니다. 성미산마을공동체를 단체관람하고 우리도 바구니토론을 한 번 해 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살지 못하고, 서로 만나기도 힘든 세상에서 노인들의 자살률이 점점 늘어가는 현상을 달리 변명하거나 탓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세대가 바뀐 게 아니고 시대가 바뀌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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